
플라뇌즈 (Flâneuse)
<퀸카로 살아남는 법>류의 2000년대 하이틴 영화를 보면 북미 고등학교에는 가지각색의 부류들이 있다. 럭비부, 핫걸, 너드, 고스, 유학생, 등 각자가 자신의 아이덴티티에 따라 옷을 입고, 비슷한 이들끼리 뭉친다. 나의 고등학생의 시절 역시 예외는 아니였다.

탐색 여행자의 회고록
나는 질문을 너무 사랑했던 사람이었지만, 모든 질문이 ‘답’을 필요로 하진 않는다는 걸 배웠다. 때로는 질문 자체로 충분했고, 그 질문을 품고 살아가는 태도 속에서 삶은 조금씩 선명해졌다. 어쩌면 진리는, 지식이나 논리의 언어가 아니라 이미 충분하다는 감각, 감사, 긍정과 신뢰의 언어로만 조용히 전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윽고, 마음으로 보는 세계
그 순간, 당신은 아무것도 담기지 않은 깨끗한 그릇이 된다. 그리고 그제야 ‘진짜’가 하나둘씩 담기기 시작한다. 세상의 모든 진심이 담긴 예술이 당신의 것이 되고, 당신이 내뿜는 모든 것도 진심이 담긴 예술이 되어간다. 어설프든 정교하든, 진심을 지닌 이들이 마음의 눈에 또렷이 들어오고, ‘척’하며 살아가는 이들의 기계적인 에너지 그저 대화의 리듬을 위한 피상적인 대화들도 자연스럽게 읽히기 시작한다.
첫 기착지는 두바이
두바이는 나의 첫 중동이었다. 파리에 도착하기 전 짧은 레이오버로, 황금빛 석양에 물든 ‘저녁의 두바이’를 온전히 즐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그러나 공항을 나서자마자 밀려오는 후끈한 공기, 낮은 각도로 내리쬐는 태양, 그리고 독특하면서도 부드러운 향을 풍기는 바람이 나를 감쌌다. 익숙하지 않은 온도와 리듬 속에서 나는 조심스럽게 두바이와 첫 인사를 나누었다.

파란 체크무늬의 기억
퀘벡 몬트리올에서의 중학생 시절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파란 체크무늬 교복이다. 내 어린 시절의 무대였던 Villa Maria 학교는 어느 고풍스러운 프랑스 소설의 한 장면 같았다. 지어진 지 200년이 넘은 팔라디오 양식의 회색 돌 본관은 겨울의 날카로운 햇살 아래 은은하게 빛났고, 그 뒷편에 자리 잡은 신축 건물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하게 서 있었다. 두 건물을 이어주는 통로를 매일 지나칠 때마다 나는 마치 다른 세계로 이어지는 문을 통과하는 기분이 들었다.